서울 관악구 남현동, 예술인마을 초입의 다세대주택 ‘한샘타운’ 602호가 경매에 나왔습니다. 감정가 4억2천에서 두 번 유찰되어 최저가는 2억6,880만 원까지 내려왔죠. 숫자만 보면 “관악구 빌라가 6억 대비 반값?” 싶지만, 매각물건명세서를 펼치는 순간 이 물건의 진짜 얼굴이 드러납니다. 점유자가 무려 5명, 그리고 건축물대장에는 ‘위반건축물’ 빨간 딱지가 붙어 있습니다.
경매에서 “임차인이 많다 = 위험하다”는 직관은 절반만 맞습니다.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대항력의 기준선, 즉 말소기준권리보다 누가 먼저 들어왔느냐입니다.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물건 개요
| 사건번호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타경3835 (부동산임의경매) |
|---|---|
| 소재지 |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동 1086-12 한샘타운 제6층 602호 [도로명] 서울특별시 관악구 남현7길 51 |
| 물건종류 | 집합건물(다세대주택) · 전유 51.36㎡ |
| 소유자 / 채무자 | 한상은 |
| 감정가 / 최저가 | 420,000,000원 / 268,800,000원 (64%, 2회 유찰) |
| 청구금액 | 242,833,275원 (신청채권자 송파동부신용협동조합) |
| 매각기일 | 2026.04.21 |
① 권리 흐름 — 말소기준은 2017년 근저당
등기부의 권리들을 시간순으로 세워보면 이야기가 명확해집니다. 2017년 8월 소유권보존과 신탁등기로 시작해, 2017년 11월 23일 송파동부신협의 근저당권(채권최고액 3억192만)이 설정됩니다. 이 근저당이 바로 말소기준권리예요. 이후 2023년 신청채권자(=같은 근저당권자)의 임의경매가 개시되고, 2024년 국가의 압류, 2025년 조수현의 주택임차권등기가 따라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말소기준(2017.11.23.) 이후의 모든 권리는 매각으로 소멸합니다. 근저당·경매개시결정·압류·임차권 모두 낙찰자에게 인수되지 않고 깨끗이 지워집니다. 인수되는 등기상 권리는 0건이에요. 여기까지는 ‘안전한’ 물건입니다.
② 임차인 5명의 정체 — 602호를 4칸으로 쪼갰다
그런데 점유자가 다섯 명입니다. 매각물건명세서와 현황조사를 합쳐 보면 그림이 나옵니다. 공부(公簿)상으로는 602호 한 칸인데, 현황은 601·602·603·604호로 나뉘어 각각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호수 쪼개기’죠. 게다가 일부는 공부상 602호를 임차하고도 주민등록은 엉뚱하게 601호로 해두었습니다.
| 임차인 | 보증금 | 전입일 | 확정일자 | 배당요구 | 대항력 판정 |
|---|---|---|---|---|---|
| 김민섭 현황 601호 | 220,000,000 | 2022.01.27 | 2022.01.27 | 2023.10.06 | 대항력 無 · 소멸 |
| 조수현 602호 · 임차권등기 | 170,000,000 | 2022.03.14 | 2022.03.25 | 2023.08.08 | 대항력 無 · 소멸 |
| 김새봄 현황 603호 | 미상 | 2021.07.30 | - | - | 대항력 미상 |
| 이형걸 현황 602호 | 미상 | 2025.01.02 | - | - | 대항력 無 · 소멸 |
| 최수빈 현황 604호 | 미상 | 2023.02.15 | - | - | 대항력 미상 |
전입일을 보세요. 가장 빠른 김새봄(2021.07)조차 말소기준(2017.11)보다 4년 가까이 늦습니다. 즉 다섯 명 전원 대항력이 없습니다. 보증금을 한 푼도 못 받아도 낙찰자에게 청구할 수 없고, 매각과 동시에 임차권은 소멸합니다. 매수인이 인수하는 보증금은 0원이라는 결론이 여기서 나옵니다.
③ 위반건축물 — 숨은 비용 폭탄
매각물건명세서 비고가 핵심을 찌릅니다.
건축물대장상 위반건축물 표기로 등재(지상 5층~7층 무단 대수선·세대수 증가, 6층 602호 3㎡ 조립식패널조 증축). 건축물현황도와 무관하게 임의로 4개 호수(601~604)로 구분·사용 중이며, 경계벽 훼손·경계침범 여부는 측량이 필요함.
④ 예상배당표 — 근저당도 다 못 받는다
현재 최저가 2억6,880만 원에 낙찰된다고 가정하면 배당은 이렇게 흘러갑니다.
| 순위·항목 | 채권액 | 예상배당 | 비고 |
|---|---|---|---|
| 0. 집행비용(누진 추정) | - | 4,563,200 | 송달·공고·감정·매각수수료 |
| 1. 근저당 · 송파동부신협 | 301,920,000 | 264,236,800 | 말소기준 채권최고액 기준 · 미배당 발생 |
| 잔여 · 소유자 교부 | - | 0 | 당해세·최우선변제 미반영 |
⑤ 회차 시나리오 — 더 떨어지면?
서울중앙지법은 유찰 시 20%씩 저감합니다. 한 번 더 유찰되면 최저가는 2억1,504만 원이 됩니다.
입찰 전 체크리스트
- 명도 계획 먼저. 실거주 4팀 인도명령·강제집행 시나리오와 이사비 예산을 미리 잡으세요.
- 위반건축물 정상화 비용. 이행강제금 누적액과 원상복구 견적을 확인하고 낙찰가에 더하세요.
- 대출 가능 여부. 위반건축물은 담보대출이 막힐 수 있습니다 — 자기자본 계획을 보수적으로.
- 당해세 확인. 2024년 국(國) 압류의 성격(당해세 여부)·체납액을 세무서/교부청구로 확인하세요.
- 전입세대·확정일자 직접 열람. 김새봄·최수빈은 보증금·대항력 미상 — 공부 주소와 전입 주소 불일치(602호 vs 601호) 다툼 소지를 직접 확인하세요.
- 원본 대조. 본 분석은 자동·추정입니다. 등기부·매각물건명세서·현황조사 원본을 반드시 직접 확인하세요.
결론 — “권리는 깨끗, 실전은 까다로운” 물건
등기상 인수 위험 0원, 매수인이 떠안을 보증금 0원. 권리분석만 보면 합격점입니다. 하지만 이 물건의 진짜 난도는 등기부 바깥에 있습니다. 4가구 명도와 위반건축물 정상화라는 두 개의 ‘숨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기회입니다. 그 비용을 낙찰가에 더해도 시세 대비 메리트가 남는지 — 그게 이 사건의 입찰 여부를 가르는 진짜 질문입니다.